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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김태호-나영석, 누구의 부재가 더 클까?

by 라이터스하이 2011. 8. 17.

강호동의 종편행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1박 2일과 KBS는 때아닌 충격의 쓰나미에 쉽싸여있다. 거기다 8월 17일 보도된 기사에는 나영석 PD마저 CJ E & M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퍼졌지만 기자들의 소설로 종결지어졌다. 시청률은 말 할 것도 없이 주말예능의 왕좌자리를 무한도전에 빼앗기며 2위로 내려앉았다.

7월 초 이후에 한달여 만의 일이고, 1박 2일과 KBS 모두에게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2위로 내려앉은 당장의 시청률은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비록 시청률은 숫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4년간 주말 예능의 왕좌 자리를 쉽사리 내주지 않던 1박 2일이기에 시사하는 바는 그만큼 크다.

한 주만에 무한도전에게 1위 자리를 내줄 정도의 급락세를 보인 시청률의 1등 공신은 단연 강호동의 종편 이적설일 것이다. 그의 존재감과 1박 2일 내에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그도 그럴것이 무한도전에 유재석이 빠져버린다고 바꾸어 생각하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자명한 현상이다.

나영석 PD의 이적설이 떴을 당시 그 중에는 무한도전 김태호PD와 직간접적인 비교하며 나영석 PD를 비난의 도마위에 올려놓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김태호 PD는 이미 오래전부터 종편방송국의 이적 제의를 받았으며, 30억이라는 금액을 고사하고 무한도전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혀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덧붙여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 비교하는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말도 함께였다. 김태호 PD의 이런 발언을 무색케하며 본격적인 비교의 잣대가 되버린 두 제작자인데. 김태호 PD의 말처럼 두사람에게는 PD는 직업이고, 이적은 또 다른 직장을 의미한다.

30억이라는 큰 금액을 제시받은 김태호 PD의 머릿속도, 1박 2일을 두고 떠나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나영석 PD의 갈등도 어느 하나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여건과 가치관의 판단, 우리가 고민해오던 것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인데, 그들도 사람이니 말이다.

무한도전은 2005년 무모한 도전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소재발굴에 촛점을 맞추었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준 멤버들의 투혼도 빛났지만, 작가 성향이 짙은 김태호 PD의 스토리텔링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런 연출은 무한도전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느덧 익숙해져, 기대감마저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호 PD가 빠진다면 무한도전만의 솔직함, 익사이팅한 편집, 깨알같은 BGM, 센스있는 자막들로 대표되는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권석 PD가 무모한 도전을 대표했다면 , 무한도전은 분명 김태호 PD가 대표하고 있다.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그래서 더욱 명확해지는 김태호 PD 부재로 인한 무한도전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

무한도전이 도전이라면 1박 2일은 여행이다. 지역마다의 특색들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익숙한 게임들로 편안함을 주는 안정적인 포맷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왔다. 시즌 2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것 또한 1박 2일만의 색깔이고 그 편안함을 좋아하는 것이 1박 2일의 시청자라고 봤을 때, 크게 변화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1박 2일에 중요한 것이 장소 섭외와 주위 환경에 대한 이해도, 즉 현실적인 문제일 것인데, 1박 2일 폭포 특집에서 보여주었던 노하우가 역시나 1박 2일의 장점이자 특색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변하지 않은 포맷에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나영석 PD가 이적하게 된다 해도 1박 2일의 틀과 포맷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강호동의 하차 소식으로 인해 떨어진 시청률을 보면, 그의 존재감이 1박 2일을 바라보는 시청자에게는 얼마나 컸던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누구랄 것 없이 비난의 화살을 나영석 PD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영석 PD가 1박 2일을 떠난다 해도 이미 뿌리박힌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이나 포맷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나영석 PD가 이적을 결심한다면 프로그램의 현실과 안정성이 어깨에 짐을 덜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PD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이적이라면, 그들의 미래를 축복해 주거나, 비난하거나 선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뉠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에서, 두 사람의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현실성도 이적이냐 잔류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여운혁 CP와 강호동의 이적. 유학을 명분으로 사실상 KBS에서 퇴출된 이명한 PD의 뒤를 이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영석 PD는 1박 2일과 남겠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종편 드림팀이 예상되는 거목들의 이적. 프로그램을 대하는 제작자의 책임감이 화두로 올라섰고, 그 가운데에는 거액의 계약금만이 주목받고 있다. 거액의 계약금이 배신의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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