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중 개그맨들이 언급했던 대우를 선배로서 다시 한 번 꺼내며 모두 다 따뜻해질 수 있는 시상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국민MC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과연 유재석이다라는 말을 연발하게 만들었다. 매년 대상이건 최우수상이건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또는 미안한 마음으로 받는 메뚜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강심장을 끌어안고 포기하지 않았던 매니아층의 시청자와 그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누님들에 대한 감사는 끝까지 들을 수 없어서 더욱 아쉬운 대목이었다. 대상을 받았음에도 개그맨 후배들을 챙기는 유재석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었다. 대상과 최우수상간의 갭을 느끼지 않을래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이었고, 이승기가 최우수상 소감을 발표하기 직전의 순간에도 이런 여운은 계속되었다.
수상 소감에 고정멤버들과 게스트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에 조금이나마 신빙성과 힘을 더해 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반면 유재석은 달랐다. 꽃을 선물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의 얼굴들을 쳐다봐 주면서도 광수가 걸어준 바나나 목걸이 또한 막바지까지 벗지 않았다.
노력은 필수라는 전제 하에 유재석은 말 그대로 바닥부터 시작한 개그맨이고, 이승기는 가수로 출발해 비교적 예능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좋은 스승들을 보고, 유망주의 시스템아래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유재석이라는 대세와 차기 대세인 이승기의 차이는 최우수상과 대상의 한 끝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배려와 사람 냄새의 결여는 결코 내공만으로, 또는 인기만으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가 되었다.
연예인에게 무명시절이 있었나 없었나는 지금의 예능바닥에 있어서 따져봐야 소용없는 히스토리일지도, 따분한 무용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옥같은 무명시절을 겪고 누구에게나 주옥같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그보다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유재석에게는 있지만, 다음날의 이승기에게는 없을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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