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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나는가수다, 박완규의 고해 박완규만 있고 고해는 없었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2.
 

대한민국에서 몇 명에게만 허락된다는 임재범의 고해. 박완규는 기꺼이 응했고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성대를 몽땅 도둑질 당하면서도 절벽에서 살아 돌아와 건재함을 보여준 그에게 거는 작은 설레임이었다. 드디어 나는가수다 본 경연.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움이 엄습했다. 박완규의 가창력, 음정, 테크닉 이 따위를 두고하는 말이 아니다.

이미 그것들을 갖춘 박완규이기에 따위라는 말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붙여본다. 거두절미하고 정말 박완규에게 기대했던 것은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귀로 들을 수 없는 무언가로 나는가수다 무대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려 주길 바랬던 것이다. 박완규의 고해는 누구 말마따나 징그러울 정도로 잘했다. 하지만 가사와 감정표현보다 지나치게 소화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비춰졌고, 결국 시너지보다는 마이너스로 크게 와닿았다.

"뭐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됐지". 명쾌한 대답이다. 그러나 박완규의 가수로서 매력이 가창력이라면 진정한 마력은 다른곳에 있다. 박완규만의 덤덤한 감정표현. 그래서 더 투박하고 애절하게 들려오는 중후함이었다. 비록 여자가수이지만 얼마 전 나는가수다에서 탈락한 장혜진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끈적하고도 먹먹한 그런 것과도 닮아있는 것이다.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 부담을 많이 느낀것일까? 초반부터 힘이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 박완규의 고해는 신나는(?)중반부를 거치더니 클라이막스를 넘어 절정의 순간에는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 더 이상 고해가 아닌 Go! 해가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박완규가 불렀지만 박완규스럽지 않은, 그래서 더욱 가창력만 돋보이는 안타까움을 남겼다.

물론 결과적으로 박완규는 이 날 나는가수다에서 1위를 가져갔다. 가창력만 보여주고도 휩쓸어 버렸으니, 정말 대단한 가수임은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그러면 된 것일까? 조금 더 나가수에서 버틸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어서? 분명 스스로도 임재범의 고해에 다가설 수 없었다고 했던 박완규인데 말이다. 1위라는 숫자에 도취되는 것 만큼 나락으로 떨어지는 참사도 없을 것이다.

박완규가 나는가수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뻤지만 오늘의 고해는 박완규의 큰 무기를 보여주지 못한 반쪽짜리 무대였다. 아직 그를 미지의 가수로 바라보는 팬들에게는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에 위안이 될지도 모르지만, 잘 갈려진 칼날로만 찌르다가 로맨틱한 칼등을 잃어버린 것은 박완규로써도, 팬으로서도 크나 큰 실수고 손실이다. 

자신의 칼을 조커와 같은 가창력이라 생각할지도, 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박완규의 진정한 칼은 섬세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절제된 여운의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찬사를 받은 무대였지만 힘에 가려져 박완규를 모두 다 들어볼 수 있는 고해가 아니었음이 아쉽다.

물론 박완규가 마음을 울렸던 노래들은 수 천번, 수 만번 부른 후의 완성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짧은 시간동안 고해를 연습해 1위를 거머쥔 것은 더 큰 기대감과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까만무대 위에 얇은 조명만을 두고, 큰 선글라스에 목소리 하나만으로 무대와 듣는사람 모두를 빠져들게 만들었던 박완규다.

힘에 의지해 지나치게 편곡을 빌리고 구태여 나는가수다의 청중들을 일으켜 세우지 않아도 먹먹한 감동을 주는 절제된 목소리 하나. 그것이 그의 가장 칼이라 생각한다. 지나친 힘으로 인해 보여주지 못한 절제의 칼등으로 다음 라운드를 쓸어버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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